기사 메일전송
압수수색도 판사가 심사?…"사법통제 필요" vs "증거인멸 우려"
  • 김도영 기자
  • 등록 2025-12-10 14:16:30
기사수정
  • '형사사법 개선' 공청회서 법원·검찰·학계 의견 갈려…'서면심리 한계·대면심리 필요성' 관건
  • '신속한 증거확보' 걸림돌 우려…"1990년대 구속 심사도 똑같은 경로 안착…인권보장 핵심 장치"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 압수수색도 판사가 심사?…"사법통제 필요" vs "증거인멸 우려"


10일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4세션이 열리고 있다. 2025.12.10


국회가 '사법개혁'의 하나로 추진 중인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놓고 대법원 주최 공청회에서 법원과 검찰, 학계 입장이 엇갈렸다.


수사기관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충실하게 심리할 수 있다는 장점에 더해 압수수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효용가치가 크다는 입장과 함께 증거 인멸이나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0일 오전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이틀차 공청회를 열었다.


조은경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네 번째 세션에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와 관련해 "영장재판을 담당해본 입장에서 짧은 시간의 서면심리만으로는 영장을 발부할지, 어떻게 최적의 범위로 영장을 발부할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본안 재판에서도 법정에서의 심리를 통한 깊은 이해가 확보된 이후에야 문제 지점이나 적절한 해결책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영장재판에서의 사전 대면 심리도 마찬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전심문제 도입으로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심문이 이뤄지는 경우는 복잡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소수의 사건에 한정될 것이므로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여러 법률안 가운데 수사기관이 아닌 제3자를 심문하는 경우 정보 유출로 인한 증거 멸실·훼손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법무부 추천으로 토론자로 참석한 소재환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피의자가)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휴대전화 폐기, 공범과 말맞추기, 증인 회유, 해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과 같은 증거인멸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압수수색 사전심문은 급격한 기술 발달로 날이 다르게 진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조차 쉽지 않은 수사기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소 부장검사는 "디지털 성범죄, 마약, 보이스피싱, 기술유출 등 대부분 범죄는 증거를 삭제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영장 청구→발부→집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데 사전심문 절차까지 도입될 경우 심문기일 지정과 심문 대상자의 출석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한 심각한 증거확보 절차 지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판사가 사건 담당 검사·경찰관에 대해 당시까지 수집된 증거의 내용 및 증거 수집 방법, 영장에 의해 압수할 물건 등을 심문하게 되면 점차 압수수색 방법은 물론 수사 방향까지 주재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어진 토론에서 "과거 1990년대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수사기관의 강력한 반대와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인권 보장의 핵심 장치로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며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 또한 이런 역사적 경로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는 개인의 전 인격과 사생활이 담겨 있어 그 압수수색은 '제2의 신체 구속'이라 불릴 만큼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므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1996년까지 수사기관은 법원의 심문 없이 구속하는 긴급구속까지 가능했으나 인권보장 필요성 등에 따라 권한은 긴급체포로 사실상 격하됐다. 기존 긴급구속 제도는 긴급체포 제도로 바뀌고, 체포영장 제도가 도입됐다. 또 1997년부터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사전구속영장, 긴급구속 후 청구하는 사후구속영장의 구분이 사라지고, 수사기관은 체포까지만 할 수 있으며 구속하려면 모든 경우 사전에 판사의 심사를 받는 형태가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 학계에서 격한 논쟁 속에 오랜 논의와 검토가 이뤄졌다. 인신구속 제도와 관련해 이런 과정을 거쳐 199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 시행돼 도입된 것들이 ▲ 체포영장 제도 ▲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 ▲ 체포적부심사 제도다.


조 부장판사는 현재 최장 6개월인 법원의 심급당 구속기간에 대해 형사재판 논점의 복잡화, 공판정(형사법정)에서의 심리 강화를 들어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영장심사 단계에서 구속 대체 조건을 제시하고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피의자 석방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영장을 발부하는 '조건부 석방(구속)제도' 도입도 제언했다.


김정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조건부 구속제도는 영장재판이 범죄혐의가 아니라 도주·증거인멸 우려라는 구속 사유에 중점을 두게 한다"며 무죄추정 원칙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고발인도 고소인처럼 모든 범죄에 대해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불법·부당한지 여부를 법원에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향후 공소청이 설립될 경우 공수처와 공소청을 공소권에 관한 상호견제 기관으로 설계해 재정법원으로 오기 전에 공소청 불기소 결정은 공수처가, 공수처 불기소 결정은 공소청이 먼저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끝)


TAG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